2009년 9월 14일 월요일

갈등하는 순간.

 

지난 8월, 필리핀에 갔을 때 찍은 사진..

에메랄드 바다, 커다란 야자수, 외국인, 습한 날씨 등등. 필리핀 하면 아름다운 휴양지의 느낌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모습이다.

필리핀은 심한 빈부격차로 럭셔리함과 빈곤이 동시에 보이는 나라,... 마음 아팠어.

난 깔끔떠는 오양 때문에 럭셔리하고 깨끗한 mall 들을 돌아다니며 쇼핑하고 밥먹고 그랬는데(재래시장 가자고 했는데 오양의 결벽증 때문에 가지 못했다. 죽진 않을텐데.. 아쉬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신발없이 다니는 아이들, 강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들, 곧 쓰러질 것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코엑스를 나오면 바로 판자촌 같은 동네가 펼쳐지는 분위기랄까.? 그것 또한 내가 본 필리핀의 단편적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필리핀에 온 3일째 되는날, 시외에 있는 리조트를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잠깐 신호대기 중에 이 아이가 다가왔다. 바나나를 들고 창문에 와서 찰싹 붙던 아이.. 우리가 외국인인 걸 보고, 혹시 팔아줄까 해서 왔나보다. 아 귀여워.

너무 귀여워서 사진기를 들었다. 사진기를 들자 부끄러워 하며 웃었다. 사진을 몇장 찍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가 사라졌다.

이 때 고민했다. 돈 줄까? 돈 줘야 하나? 근데 나도 돈 많은 외국인은 아닌데...

주지마. 얘네 원래 이래. 외국인만 보면 달려들어.. 갈등하는 순간, 아이는 사라졌다.

 

이 사진 보면 볼수록 마음에 걸린다. 우린 항상 짧은 순간 갈등하게 된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너무나 객관적인 이유를 들이대며 논리를 찾는다.

이젠 그러지 말자. 도움의 손을 뻗는 사람에게 논리나 이성따위 들이대지 말자.

 

설사 그가 당신을 속일지라도.... 어렵게 뻗은 그 손을 잡아주세요.

 

지구별여행자란 책에서 봤던 문구가 생각난다.

류시화가 인도 여행중에 만난 인도인이 그에게 구걸을 하자, 자신이 왜 돈을 줘야 하는지, 그 돈만 있으면 행복한지, 얼마가 있어야 행복한지 등을 꼬치꼬치 물어보자, 그 인도인이 말했다...

"만일 누군가 길에서 화살에 맞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는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화살대를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촉은 무슨 금속인지, 또 화살 맞은 사람이 무슨 계급인지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퍼붓는 대신 그는 서둘러 화살을 빼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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