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비야의 책을 보고 갑자기 세계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제 구호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관련 있는 이 책을 선택했다. 한비야의 책이 가벼우면서도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이것은 좀 더 진지하고 무겁다. 문체 역시 한비야는 통통 튀는 옆에서 얘기하는 문체라면, 이 책은 김혜자씨가 직접 영상속에서 나레이션을 해주고 있는 듯 한 문체이다. 주말 동안 빠르게 읽어 내려간 이 책을 통해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삶에 대해 잘 모릅니다. 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 김혜자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살고 있는데, 왜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아이들이 8백 원짜리 항생제 하나가 없어서 장님이 되어야 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 있는 아빠의 배 위에서 갓난아이가 굷어 죽어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내 머리로는 이 엄청난 불평등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은 왜 그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국민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혜자지만, 그녀의 실상을 그렇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가정속에서 너무나 곱게만 살아 온 김혜자... 그러나 그녀가 아프리카를 찾았을 때 그녀는 그런 것 따위는 잊은 채 오직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 안아 주었다. 내가 만약 그녀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에선 언제나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고, 아침마다 과일주스를 마시며,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편안한 생활이 있는데, 굳이 세계 오지를 다니며 전염병이 걸릴지도 모르고,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그 위험천만한 곳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다닐 수 있을까. 난 절대 못할 일이다. 마음으로, 가슴으로는 되는 일이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긴 힘든 일이다. 그녀가 그러한 일을 계속 해서 할 수 있는 용기는 오로지 사랑이었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누구나 그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김혜자가 소개하는 그들에겐 그들의 인생이 없다.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신이 버린 땅, 아프리카..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온갖 질병과 기아에 시달려야 하고.. 또 다른 나라에선 몇십년 동안 계속되는 전쟁으로 일분 일초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이 책에선 특히 전쟁에 관한 위험성과 부당함을 많이 알리고 있다. 아무도 원치 않는 전쟁,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전쟁, 끝나지 않는 복수의 전쟁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피해를 보는 것은 어느 나라나 아이와 여자들이라는 것. 전에 소년병에 관한 책을 읽었던 것이 생각나 다시 한번 슬퍼졌다. 참 인간이란.. 가장 나약한 존재이면서도 가장 무서운 존재도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고, 우울해 지기도 한다.
책 중간 중간 그녀는 다른 책, 영화 등에서 쓰인 문구들을 인용했다. 참으로 와 닿는 문구들..
아래에 옮겨본다.
만일 누군가 길에서 화살에 맞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는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화살대를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촉은 무슨 금속인지, 또 화살 맞은 사람이 무슨 계급인지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퍼붓는 대신 그는 서둘러 화살을 빼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이것은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나 지구별 여행자에서 본 것 같다.
만일 내가 비라면 물이 없는 곳으로 갈거야. 그곳 사람들에게 '내가 곧 갈게' 하고 말할거야. 그래서 그들이 내미는 그릇들을 물로 가득 채워줄거야.
- 인도소녀 수미트라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